아무튼, SF게임
🔖 하지만 나는 엔딩 이후의 세계를 생각한다. 개인은 도저히 바꿀 수 없어 보이는, 체념과 무력감으로 가득한 세계에서도 누군가는 불가능한 이상을 좇아간다. 그러다 그것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희미한 빛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을 목격한 이들이 있다면 이후의 세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이후의 세계는 오지 않아서 열려 있다. 그리고 이 세계 속에서, 플레이어는 아주 미약한 자유의지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선택하기를 선택할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다는 환상'을 믿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 그래서 이 말은 마치 모든 이야기 매체에 건네는 위로처럼 들리기도 했다. 우리는 허구를 만들고 있다고. 어차피 이 모든 것은 다 거짓말이라고. 그래도 이 세계는 선명하게 아름답고, 우리가 초대한 이들이 여기서 행복했다면, 이것은 가치 있다고. 마치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 았다. 물론 그 허구 속 행복은 짧고 허망하다. 언젠가 덧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삶도 그런 것 아닌가.